방관자 효과(Genovese syndrome)
1964년 3월 13일, 28살 뉴욕에서 혼자 자취하던 여성 키티는 바에서 일한 후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그녀는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렸다. 그때 범인이 뒤에서 접근해서 그녀를 칼로 찔렀다. 키티는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다. 수많은 이웃이 키티가 지르는 비명 소리를 들었다. 몇몇 집에서는 불이 켜졌다. 창문을 여는 이웃도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쳐다만 볼 뿐 이었다.
한 이웃이 크게 소리치자 그제야 범인은 멈췄다. 중상을 입은 키티는 피를 흘리며 집으로 갔다. 범인의 보복이 두려운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이웃들의 가시권에서 벗어나자 범인은 다시 키티의 뒤를 쫓아 그녀의 아파트 앞에 까지 와서 폭행하고 그녀는 살해되었다. 나중에 범인인 모즐리는 정신질환을 앓던 상습범으로 밝혀졌고 그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아무도 키티를 도와주지 않았다. 마치 듣지도 보지도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더욱이 나중에 경찰이 행인을 조사했을 때 한 사람에 따르며 길 가던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연인들의 다툼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살인도 끔직한 일이지만 방관하는 행인들의 무정한 태도가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을 안겨준다.
이와 같이 주위를 둘러싼 채 그저 바라만 보는 사람들의 행동은 심리학적인 차원에서 수차례 연구되었다. 이처럼 인간이 저지르는 거의 믿기 힘들 정도의 사회적 결함 현상을 가리켜 '방관자 효과', '구경꾼 효과' 또는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 한다. 즉,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은 구경꾼들의 수가 늘어나는 만큼 반비례로 줄어든다.
사회심리학자 빕 라타네와 존 달리는 방관자 효과를 연구 했다. 진행과정이 총 4단계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길을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고를 당한 이를 돕기 전에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난점이 있다. 각 단계마다 사람들의 방해가 증가한다. 따라서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려는 사람은 전반적인 측면에서 방해가 따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사건현장에 구경꾼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덜 위협적인 상황이라 여긴다.
1977년 심리학자 데이비드 맥밀런이 증명한 것처럼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린 사람들은 당신의 기분에 의해서도 대응 여부를 판단하는 데 많은 영향을 받는다. 기분이 좋은 상태의 사람이 불평꾼 역할을 충실히 하여 현장의 사건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준다.
구경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태도도 우리가 느껴야 할 책임감에 엄청난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사건을 '그냥 보고 넘기는' 통행인 숫자가 많아질수록 집단적인 무시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일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먼저 도와주길 바라고만 있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힘이 더 세거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문용어로 '책임감의 분산'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이 생겼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나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움을 요청할 때, 막연하게 일반인에게 하지 말고 특정인을 지목해서 요청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야지 책임감이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2배 정도 높은 확률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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